본문 바로가기
Photography Story

미러리스 DSLR 시대에 Nikon F6와 필름 SLR이 가지는 의미.

by PaloAltoDarkRooM 2022. 2. 24.

F6_F5_F4

DSLR에서 미러리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과연 필름 SLR은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일까? 과거 사진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바로 필름과 디지털의 전쟁... 시작은 저렴한 Full Frame DSLR인 Canon 5D의 등장이었다. 5D의 등장으로 많은 필름 유저들은 디지털 바디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필름 바디에서 쓰던 렌즈를 쓸 수 있단 장점과 디지털이 필름의 해상도를 이미 넘어섰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대세인 디지털에 항복을 했던 것이다.

 

나처럼 끝까지 필름을 버리지 못한 사진가들은 좀 더 좋은 필름 장비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대형이나 중형으로 가는 것이 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도 2006에 F5를 구입했고 2007에는 대형 마스터 테크니카를 구입한 것 같다. ^^ F5를 구입할 당시 2004년에 새로 나온 F6는 너무 비싸고 기능도 F5 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F5를 선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F5 만으론 부족하단 생각에 대형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고생의 시작이었다. 평생 쓸 생각으로 구입했던 F5가 2010년에 셔터에 고장이 발생한 후로 35미리 필름은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주로 대형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늘 35미리에 대한 갈증은 계속되어 펜탁스 LX를 구입해 한동안 사용을 했지만 이 또한 바로 고장이 나서 정말 한동안 잊고 있었던 35미리였다. 나에게 남은 선택은 대형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무겁고 화인더가 어두운 대형의 단점으로 사진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 동안 오랜 꿈이었던 전용 암실을 만들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거라지 암실 시절에는 작업을 한번 하려면 거라지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 어려움과, 밤까지 기다려야 하고, 늘 먼지와 싸워야 했으며 확대기 장비도 수평이 맞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었지만, 새로운 전용 암실이 생기면서 아무 때나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고 깨끗한 환경에 확대기 정비도 잘 되어 최상의 퀄리티를 뽑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환경에서 예전의 35미리 사진을 다시 뽑아보니 오 ~~~ 대형과는 또 다른 느낌과 감성 그리고 자유로운 시각이 있음을 발견하고 다시 35미리 작업을 시작하려고 저렴한 바디를 찾던 중 F5와 F100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기능이 많은 플래그쉽 F5와 실용적이고 가벼운 F100를 놓고 고민을 하던 중 벼룩시장에 F6가 등장하자 바로 결심하고.... 집으로 모셔왔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다시 필름과 디지털의 전쟁으로 돌아가 보자.... 5D로 시작했던 전쟁의 마지막은 바로 코스코 현상소였다. 내가 더 이상 칼라 필름을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는 코스코 현상소에서 디지털 스캔 장비로 필름을 스캔해서 사진을 뽑아주기 시작하면서이다. 그전까지는 코스코의 아날로그 필름 프린트는 저렴하면서도 사진 품질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디지털로 바뀌면서 스캔 과정에서 필름의 데이터가 많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프린트가 시작되기 시작하면서 필름의 시대는 급격히 막을 내리게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러면 이 시대에 필름은 어떤 의미가 남아있을까? 그냥 과거의 기억 속의 향수를 느끼며 감성으로 찍는 것인가? 나도 이렇게 필름은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최소한 35미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고 필름이 큰 중형이나 대형 정도만 살아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DSLR이 발전하면서 DSLR 렌즈도 같이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필름 사진의 퀄리티는 필름만의 문제가 아닌 렌즈의 떨어지는 성능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고화소의 DSLR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예전 필름 시대 때 개발이 되었던 렌즈들은 해상력이 떨어져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어 요즘 중고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이번에 F6을 구입하면서 AF가 되는 50미리 렌즈를 새로 구입을 했는데 예전에 FM2에 쓰던 50mm f1.4 수동 렌즈가 있었으나 노안으로 더 이상 수동은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 구한 렌즈는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 나온 50mm f1.8G로 1.4나 1.2에 비해 많이 저렴한 렌즈이다. 워낙 저렴해서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물론 현상액도 XTOL로 미립자 현상을 사용했지만 렌즈의 변화는 20X 루페로 봤을 때 확실히 좋아진 해상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화를 해봐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박이였다!!!! 이 정도면 디지털 프린트와 한판 붙을 수 있을 것 같다. ㅋㅋ

 

필름을 오래 사용하면서 대형은 렌즈의 성능이 너무 떨어져서 커다란 필름의 장점을 까먹는 것이 문제고, 35미리는 렌즈는 좋으나 필름이 너무 작아서 문제, 결국 렌즈도 적당히 좋고 필름도 적당히 큰 핫셀 중형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사실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35미리 렌즈가 너무 좋아지면서 8 X 10 프린트 정도는 35미리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다. 사실 요즘 작업하고 있는 크기가 5 X 7.5 정도라 예전에 찍은 35미리 작업으로도 너무 좋게 나오고 있었는데, 렌즈가 더 좋아졌으니... ^^ 요즘 복고풍의 유행으로 다시 필름을 사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필름을 모르는 디지털 세대에겐 필름은 너무도 새롭기 때문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새롭게 필름을 시작하는 젊은 작가들이 꼭 아날로그 인화까지 경험해 봤으면 한다. 물론 아날로그 인화를 저렴하게 해주는 업체가 다시 생기긴 쉽지 않고 그리고 필름 가격도 다시 싸지긴 쉽지 않기 때문에 필름의 유행이 계속 유지가 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사족 : 만일 최근에 나온 핫셀 중형 미러리스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필름 바디가 있다면 바로 짱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